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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책 이야기

“얼마나 책을 읽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뭇거린다. 읽긴 읽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신경 쓸 데가 많아서, 읽긴 읽어야지…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사는지도 모른다. 당장 아무도 검사하지 않는 숙제, 천천히 해도 되는 숙제. 하지만 책을 읽으면 달라진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서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결핍을 메울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팍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책읽기는 더욱 절실하다.

숙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는 책들이 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강신주의 《감정수업》, 김탁환의 《읽어가겠다》. 이들은 각각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거나 자신의 책읽기 방식을 소개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읽는 방법,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 독자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들을 소개하고,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기감정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들이 소개하는 책 목록을 쭉 훑어보니 사람 몸에 좋은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파는 음식점을 소개받은 기분이다. 시간을 내서 이들에게 소개받은 책을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숙제가 생긴 것도 같지만, 발품을 팔지 않고 생긴 수확 같아 미안하고 고맙다.

글 김시언 시인, 독서지도사

「책은 도끼다」,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

책은 도끼다 몇 년 전, 《책은 도끼다》가 나왔을 때 제목이 참 세다(?)는 생각을 했다. 책과 도끼, 종이로 만든 책을 한 장 한 장 쪼개듯 잘 보라는 건가 이렇게 일차원적으로 생각했다. 이 책의 제목은 프란츠 카프카가 자신의 소설 《변신》에 저자의 말로 썼다고 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광고 일을 하는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를 자신의 딸과 딸의 친구에게 고액 과외 대신 고전강독을 시키면서 글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 머릿속 도끼질의 흔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 인간에게는 공유의 본능이 있다. 울림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책읽기는 파도타기와 비슷하다면서 잘하면 아주 재미있지만, 잘못하면 물만 먹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이야기하면서 준비운동을 제대로 하면, 대부분 파도 위에서 물살을 즐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만의 책읽기 방식으로 문장에 줄을 긋고 옮겨 적는다고 한다.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한다. 그는 이 책에 24명의 작가와 42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라

강신주의 감정수업 스피노자와 함께 떠나는 내면의 여행을 다룬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인간의 48가지 얼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성이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철학 전통에서 ‘감정의 윤리학자’ 스피노자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감정이 중요한 키워드임을 말했다. 이 책에서는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분류한 인간의 감정을 48개 문학과 어드바이스, 명화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유명 문학작품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갖는 어떤 종류의 감정이 있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저자는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내 감정의 실체는 무엇인지, 내가 그 감정에 솔직한지 살펴볼 일이다. 내 감정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내가 자유로워질 것이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약자를 향한
배려와 사랑

리딩으로 리드하라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쓴 이지성은 자신을 작가로 만든 책이 바로 인문 고전이라고 한다. 이미 책을 여러 권 냈지만, 책을 더 읽고 글을 쓰면서 ‘진짜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글을 써서 돈을 벌어먹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들 앞에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동양고전과 서양고전의 차이를 말하기도 했다. “동양고전에는 인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깊은 줄기의 사랑이 있다. 동양의 어른들이 반복해서 독서하고 필사를 하는 이러한 활동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약자를 향한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책을 읽든 우리가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이 있다고 한다.

인생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은 무엇일까. 이지성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독서는 사회적인 실천과 연결될 때 진정한 책읽기가 된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사람살이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읽어가겠다」
소설의 감동에
추억과 체험을

읽어가겠다 소설가 김탁환이 쓴 《읽어가겠다》는 지은이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소개한 책에서 골라 소개한다. 23편의 소설을 네 번씩 읽었다는 지은이는 라디오 청취자에게 책을 소개하듯 자신이 읽은 소설의 이야기와 감동을 추억과 체험을 곁들여 쉽게 전달한다.
이 책에는 예전에 읽은 책들이 다른 책에 비해 많은 편이다. 《크눌프》, 《플랜더스의 개》, 《폭풍의 언덕》, 《달과 6펜스》 등등. 김탁환은 지치고 힘들 때 《크눌프》를 다시 읽는다고 한다. 중학교 때 필자가 처음 만난 책이어서 반가웠다.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를 알게 해 준 책이기도 하고, 전업 방랑자인 크눌프의 직업이 부럽기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학교만 오가는 평범한 중학생에게 ‘방랑’이란 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인형을 크눌프라고 짓기도 했다. 그랬던 크눌프를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났다. 이처럼 《읽어가겠다》는 내가 읽은 책 이야기에다 소설가의 이야기가 보태져 책읽기가 더 즐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