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티
Road

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와 시골장터의 별미

시간을 체크하지 않아도 시계의 초침이 절로 느껴지는 도시의 일상. 잠시나마 숨고르기를 하고 싶을 때 훌쩍 떠나기 좋은 곳으로 교동도를 꼽는다. 서울에서 강화도를 지나 서쪽 끝까지 달려가면 마주하는 섬. 이곳에는 여행지라면 으레 있을 법한 미술관이나 박물관 하나 없다. 섬의 규모에 비해 드넓은 저수지가 두 곳, 광활한 평야가 끝없이 펼쳐지는 점도 의외다. 촌스럽지만 옛 추억이 가득한 골목시장을 둘러보면 입가에 미소가 슬며시 피어오른다. 순대국과 소머리국밥은 그 정취와 잘 어울리는 별미다.
글, 사진/ 여행작가 권현지

섬과 섬을 잇는
교동대로를 건너
과거로 돌아가자

  •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교동대교
  • 겨울철 얼음낚시명소
    고구저수지
  • 겨울철새들의
    보금자리 난정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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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교동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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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얼음낚시명소 고구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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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새들의 보금자리 난정저수지
올림픽도로에서 국도 48번 도로를 따라가면 강화도에 닿는다. 강화 시내를 관통한 후 계속 차로 달리면 섬 속의 섬, 교동도를 만나게 된다.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과 바다가 만나는 풍경 사이로 2014년 7월에 개통된 교동대교가 시원스레 놓여있다. 예전에는 강화도 창후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야만 하던 곳을 이제는 다리로 건널 수 있게 됐다.
교동대교 북쪽으로 언뜻 보이는 곳은 북한 땅이다. 섬 전체가 민통선으로 지정된 교동도로 건 너가기 위해서는 군부대 초소에서 민통선 출입신청서를 작성하고 ‘교동지역 임시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약 3.4km에 달하는 다리 위를 달리는 시간은 짧다. 그 옛날 연산군이 나섰던 유배길은 얼마나 멀고 먼 길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동서의 길이가 12km, 남북으로는 8km에 이르는 교동도는 삼국시대 이래 서해안 해상교통의 요지였다. 조선시대 때 경기, 황해, 충청 삼도수군을 담당하는 삼도수군통어영이 설치됐던 중요한 섬으로도 통했다. 교동도에 펼쳐진 드넓은 저수지와 광활한 평야를 본 여행객들은 놀라기 일쑤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덕에 드넓은 간척지가 형성되고 넓은 평야를 품게 됐다. 교동평야에 물을 대기 위해 설치된 고구저수지와 난정저수지는 철새 떼의 보금자리에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겨울이면 꽝꽝 언 저수지에서 얼음낚시를 즐기기 위해 온 인파로 진풍경을 이룬다.
고구저수지에서 교동평야를 가르며 난정저수지까지 시원스러운 드라이브를 나선다. 대룡리 사거리에서 교동평야를 가로지르는 시멘트 도로는 6·25때 활주로로 사용되던 길이다. 곧고 길게 뻗어있다. 난정저수지의 빛바랜 갈대숲을 헤치며 철새 떼가 물놀이를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일렬횡대를 그리며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철새의 비행이 일련의 그림처럼 이어진다.

그 시절의
앨범 속으로,
정겨운 시장골목

  • 교동도 여행 명소로
    널리 알려진 교동이발관
  • 생활용품 가게로 꽉
    들어찬 대룡시장 안 풍경
  • 시계를 과거로 돌려놓은 듯한
    대룡시장 안 골목길 풍경
  • 허물어진 교동읍성
    남문의 홍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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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도 여행명소인 교동이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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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룡시장 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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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도 여행명소인 교동이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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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룡시장 안 풍경
교동도의 가장 번화가로 꼽히는 대룡시장에는 생활필수품 가게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골목이 이어진다. 신발가게에서부터 한의원, 미장원, 방앗간, 세탁소, 다방까지 거의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빛바랜 골동품 시계점이 그 옛날의 향수를 자극한다. 시장 입구에 위치한 연지곤지 식품의 약식이나 식혜, 호박음료는 간식거리로 인기를 끈다. 교동도에서 자란 곡식으로만 만든 약식에는 밤과 잣, 은행, 대추 등이 듬뿍 들어있어 영양도 만점이다. 대룡시장의 상징은 ‘동산 약방’의 주인과 교동이발관의 이발사 할아버지다. 이분들은 인기리에 방영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1박 2일에 소개되는 바람에 교동도의 명사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자의 초상화를 모신 교동향교를 찾아가기 위해 읍내리를 향한다. 향교로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선 ‘읍내리 비석군’를 지나면 붉은 홍살문이 보인다. 화개산 아래 들어선 향교는 고적하다. 대성전을 뒤로 하고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강화도 일대의 바다풍경이 한 눈에 다가온다. 읍내리 중심에 자리한 교동읍성을 둘러본다. 조선 인조 때 쌓은 석성이라는데 지금은 읍성 남문의 횽예문만 남아있어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허물어진 성벽 앞에서 교동도의 역사를 더듬다 보면 수많은 왕족들이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연산군의 유배생활은 초라하고 비참하게 전해져서 애잔함을 감출 수 없다.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순대국밥
대풍식당

  • 대풍식당의
    얼큰한 순대국은
    교동도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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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밥
알음알음 알려진 교동도 맛집으로 대풍식당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할머니가 손수 빚은 만두가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대풍옥’의 대를 이은 대풍식당은 순대국으로 유명세를 떨쳐 단골이 많이 찾는다. 만두 명인으로도 손꼽혔던 대풍옥 할머니의 대를 이어 며느리가 순대국을 내놓는다. 따끈한 국물에 고춧 가루를 팍팍 뿌린 순대국은 서민적인 입맛이다. 겨울 추위를 이기는 데는 이만한 음식이 없지 싶다. ( 032-932-4030, 순대국/ 6천원 )

구수한 소머리국밥에
들어있는 고향의맛,
혜성식당

  • 혜성식당 소머리국밥은
    여행객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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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국밥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대룡시장 입구에 들어선 해성 식당으로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이곳의 주 메뉴는 소머리국밥과 육개장이다. 교동도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뒤섞여 국밥을 먹는 풍경이 정겹다. 국밥에 든 소고기 맛이 제법 구수하다. 주인장이 전하는 그 맛의 비결은 동생의 정육점에서 사온 한우를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소머리국밥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니 겨울 나들이가 든든하다.
( 032-932-4111, 소머리국밥/ 7천원)

교동도에서는
추억의 쌍화차와
다방 커피 한 잔

  • 대룡시장 안에서
    인심 좋기로 소문난
    교동다방의 쌍화차와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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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차
대룡시장 안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교동다방은 그야말로 시골 다방 모드다.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교동도 특산품에서부터 혼자 떠들어대는 텔레비전 소리. 실내 벽에는 교동도 특산품으로 만든 음료 메뉴가 줄줄이 적혀있다. 그 많은 메뉴 중에서도 어쩐지 쌍화차나 다방 커피 한잔을 마셔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 032-932-4085, 쌍화차/ 6천원, 커피/ 2천5백원)